행과 열로 정리되지 않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형태의 데이터. 세상의 데이터 대부분이 비정형이며, AI가 이를 처리하는 능력이 LLM의 핵심 가치다.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처럼 행과 열이 정해져 있어서 곧바로 계산하고 집계할 수 있는 게 정형 데이터다. 반대로 이메일 본문, 스캔한 PDF 계약서, 회의 녹음, 고객이 남긴 리뷰, SNS 게시물처럼 정해진 틀이 없는 것이 비정형 데이터다. 사람은 이런 자료를 읽고 뜻을 알아채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그저 긴 글자 뭉치나 픽셀 덩어리라 무엇이 제목이고 무엇이 표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IDC 추정으로 기업이 가진 데이터의 80~90%가 이런 비정형 형태이고, 대부분은 문서 안에 잠긴 채 활용되지 못한다. 예전 분석 도구로는 손대기 힘들던 이 영역을 LLM이 열어젖혔다는 것이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핵심이다.
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쓸 수 있게 만드는 파이프라인을 짜는 것이 실무의 대부분이다. 흐름은 대개 파싱 → 청킹 → 임베딩 순서다. 먼저 파싱 단계에서 원본 파일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요소로 뜯어낸다. 이때 그냥 텍스트로 뭉개는 게 아니라 제목, 문단, 표, 목록을 구분해서 읽는 순서와 구조를 살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Unstructured나 LlamaParse 같은 도구는 PDF나 HTML을 이렇게 뜯어서 제목·표·본문 같은 이름표가 붙은 조각으로 바꿔주고, RAG에서 쓰기 좋게 마크다운이나 JSON으로 내보낸다.
스캔 문서나 손글씨처럼 텍스트 레이어가 없는 경우엔 두 갈래로 나뉜다. 예전 방식은 OCR로 글자를 먼저 뽑은 뒤 LLM에 넘기는 것이고, 요즘 방식은 페이지 이미지를 눈이 달린 멀티모달 모델에 통째로 보여주고 바로 이해시키는 것이다. 후자에서는 문서에서 정보를 뽑는 일이 좌표를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맥락을 읽는 문제로 바뀐다. 그래서 처음 보는 양식이라도 다시 프로그래밍하지 않고 곧바로 핵심 항목을 집어낼 수 있다.
비정형 데이터가 만만해 보여도 함정이 많다. 여러 칸이 병합된 복잡한 표나, 그림과 캡션이 섞인 레이아웃은 파싱이 조금만 어긋나도 뒤에 이어지는 검색과 답변 품질이 통째로 흔들린다. 청킹을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문맥이 끊겨 엉뚱한 답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의 가장 앞단인 파싱에 공을 들이는 것이 결국 전체 결과를 좌우한다. 정형화가 목적이 아니라 원래 의미를 잃지 않고 AI가 다루기 좋은 형태로 옮기는 것이 요령이다.